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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작은 젤라또 가게에서 달달하게 보내는 행복의 시간
페이보릿
20.09.11
‘손님은 속여도 자신은 못 속인다.’
당도의 김정훈 대표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여긴 날이야말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뿌듯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 마음은 손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이곳을 찾고, 또 찾게 만든다.
이탈리아 본토에서 직접 배워온 젤라또에 대한 열정으로 묵묵히 맛있는 젤라또를 만드는 남편과 ‘당도 언니’, ‘당도 이모’라 불리며 활기찬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아내가 있는 망원동의 작은 젤라또 가게 당도를 소개한다.
[당도]
Host H(Husband) : 김정훈 / W(Wife) : 김보슬
Open 망원동점 17년 3월(서울숲점 20년 3월)
‘당도’라니! 이름부터 달콤한 맛이 떠오르네요.
김정훈 대표: 젤라또가 외국 음식이긴 하지만, 외국어가 아닌 한글로 된 젤라또 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당도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하나는 젤라또를 만들 때 들어가는 당의 비율을 의미하는 당도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도착하다’는 의미죠. 당도하다.
매장에서 직접 젤라또를 만드시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김정훈 대표: 원래 젤라또를 정말 좋아해요. 어렸을 때 이탈리아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젤라또를 처음 먹어 봤어요. 100년도 넘은 젤라또 가게에 들어가 먹었는데, 그날 이후로 그 가게의 단골이 되었죠. 사장님이 저를 기억하실 정도로 자주 갔어요. (웃음)
본격적으로 젤라또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린 곳도 거기였어요. 직접 가게를 찾아가서 사장님께 대뜸 일하면서 젤라또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주방에서 일하면서 2년 정도 젤라또를 배웠죠.
아무리 친근한 곳이어도, 타지에서 새롭게 일을 배워서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김정훈 대표: 아무리 제가 젤라또에 관심이 많아도, 원래 하던 일(김정훈 대표는 이태리와 한국을 오가면서 의류를 수입하는 일을 했다)이 아니어서 힘들긴 했어요. 정말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고민도 많았고요.
그러다 어느 날은 가게 앞에 앉아서 쉬고 있었거든요? 그때 여자아이들 3명이 앉아서 제가 만든 젤라또를 먹는 모습을 봤어요. 정말 맛있게 먹는 거예요. 그때 확신이 들었어요. ‘이 길이 내가 갈 일이다, 해도 되겠다’고.
김보슬(좌), 김정훈(우) 대표
서울에 돌아와서는 부부가 같이 가게를 차리셨는데, 가게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나요?
김보슬 대표: 명확하게 나뉘어요. 남편은 주방에서 젤라또를 만들고, 저는 주방 밖에서 남편이 맛있게 만든 젤라또를 손님들에게 열심히 팔아요. 그래서 당도를 오픈할 때 남편이 주방은 터치하지 말고 본인한테 전부 맡겨 달라고 했어요. 대신 주방 밖의 공간은 저에게 다 맡겼고요.
초반에는 이렇게 역할이 딱 잘라 구분되는 게 정말 서운했어요. 저는 부부가 뭐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각자의 역할이 구분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당도의 냉장고 앞에 붙어 있는 ‘존대’라는 메시지.
부부가 같이 일하는 공간이지만 가게에서
서로 존댓말을 하며 존중하자고 붙인 다짐이다.
그 옆에 ‘사랑해, 조금만 힘내’라는 메시지도 붙어 있다.
따뜻해 보이지만 싸우고 나서 붙인 거라고.
김보슬 대표는 별거 아닌 이 메시지를 볼 때마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일하지 않을 때도 어느 정도는 구분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부가 동업한다고 하면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은 쉬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루는 개인적인 시간을, 또 하루는 온전히 우리 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거 같아서요. 돈과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소소한 거로도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웃음)
당도의 젤라또는 흔하지 않은 맛이 많은 것 같아요.
김정훈 대표: 기본적으로 크림류의 젤라또는 우유라는 확실한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소르베는 과일의 상태에 따라서 맛이 정말 많이 달라져서 항상 품질 좋은 제철 과일로만 만들어요.
김보슬 대표: 의외로 소금맛이 꽤 인기 있어요. 젤라또 가게에 단 거를 먹으러 왔는데 짠맛이 있으니까 신기하게 여기시죠. 바질우유도 원래 바질이 요리에 첨가되는 요소인데 젤라또에 넣어 만드니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예상치 못한 재료를 젤라또로 해석했을 때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요.
김정훈 대표: 메뉴 개발은 꾸준히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SNS나 블로그에서 당도와 관련된 글을 확인하는데, 그런 글들을 보면 손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솔직한 반응을 알 수 있어요. 젤라또의 퀄리티는 보장하기 때문에, 맛의 다양성은 손님들의 반응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죠.
새로운 메뉴에 대한 결정은 항상 와이프가 해요. 저는 젤라또를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제 생각과 고집대로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어서 같이 이야기하고 조율해 가려고 노력하죠. 와이프가 먹어 보고 맛있다고 하면 메뉴로 소개해요. 물론 실패한 메뉴들도 많았어요. 예전에 양파 맛을 소개했다가 정말 혹독한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웃음)
그러면 ‘당도’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김정훈 대표: 제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젤라또의 질감과 끝 맛이에요. 작은 온도 차이에도 젤라또는 질감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정말 까다롭거든요. 또 젤라또를 먹고 나서 따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될 만큼 깔끔한 끝 맛을 추구해서 관련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김보슬 대표: 당도만의 룰이 있다면 저희는 앞에 오신 손님께 최대한 집중을 해요. 예전에는 앞에 계신 분 외에 기다리고 계신 다른 손님들도 다 신경 쓰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지금 내 앞에 계신 손님께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순간이지만 손님들이 당도라는 공간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가시길 항상 바라고 있거든요.
앞으로의 당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보슬 대표: 저희는 망원동 골목에서 시작한 그저 작은 젤라또 가게예요. 작은가게를 운영하면서 이곳이 누군가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죠. 남편이 만든 젤라또를 동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그런 모습이 그냥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김정훈, 김보슬 대표와 함께 당도를 꾸려가고 있는 친구 이봉하
김정훈 대표: 가족들이 다 같이 집에서 쉬다가 ‘우리 젤라또 먹으러 당도 갈래?’라고 말하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 젤라또를 처음 접한 날도, 집에서 TV를 보면서 놀고 있는데 삼촌이 젤라또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같이 손을 잡고 나간 거였거든요.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고 정말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당도도 누군가에게 그런 추억을 남기는 가게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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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할머니가 돼도 당도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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