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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4번, 빈티지 마니아들을 위한 보물창고가 열린다
페이보릿
20.10.23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 이곳에 1년에 단 4번 오픈하는 특별한 빈티지숍이 있다. 뉴욕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아내와 영상을 전공한 남편이 운영하는 이곳은 빈티지 마니아들이 찾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태생적으로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아내가 미국에서 손수 셀렉해온 가구들을 선보이는 곳, 지유 빈티지. 박혜주 공동 대표가 말하는 오래될수록 가치있는 빈티지 가구의 매력을 들여다본다.
[gu vintage (지유 빈티지)]
Owner W(wife) : 박혜주 / H(husband) : 이보람
Open 2009년 7월
지유 빈티지? 구 빈티지?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정식 명칭은 ‘지유 빈티지(gu vintage)’에요. ‘Gold mind Unlimited’를 줄여서 ‘gu’, 끊임없이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죠. 한국에서는 ‘gu’를 오래되었다는 뜻의 ‘구’로 읽으시는 분들이 많아 ‘지유 빈티지’와 ‘구 빈티지’ 이렇게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이름만큼 지유 빈티지에는 매력적이고 소장하고 싶은 빈티지 가구들이 아주 많아요. 빈티지 가구 판매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 빈티지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2005년쯤에 남편이 회사를 관두고, 필라델피아에서 중고샵을 운영하시는 아버님 가게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플리마켓에서 판매했던 게 지유 빈티지의 시작이에요. 그때는 ‘recycle gallery’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판매를 하다가 2009년에 필라델피아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공식적으로 지유 빈티지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부부가 함께 미국과 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데, 서로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 구분하시나요?
제가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도 있어서 가구 일에 좀 더 익숙해요. 제가 주로 사입을 하는 편이고, 영상을 전공한 남편은 촬영과 편집, 그리고 지유 빈티지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있죠. 또 미국 매장은 남편이, 한국 매장은 제가 관리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의 삶을 멈추고 새로운 영역에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땐 무작정 빈티지 아이템들을 구매했어요. 나중엔 그것들을 보관할 마땅한 곳이 없는 거예요. 결국 미국에 있는 시댁 마당에 임시로 보관해 두었죠. 체류 문제로 한국과 미국을 오갈 때였는데, 다행히 얼마 뒤에 양평에 있는 창고 하나를 구할 수 있었어요. 그때 처음 빈티지 아이템들을 한국으로 보낼 수 있었죠.
한국에서 1년에 단 4번, 일주일만 매장을 오픈하시는데, 아쉬워하는 고객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이틀이면 괜찮은 물건들은 다 빠져요. 전체 물량의 20% 정도는 단골손님이나 sns를 통해 사전에 판매가 끝나고 저희 고객 분들은 대부분 매장 오픈 후 3일 안에 구매를 마치세요. 그 후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매장에 물건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고 실망한 채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죠. 고객들의 헛수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오픈 기간을 더 타이트하게 조정하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지유 빈티지가 오픈하는 날만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겠네요.
저희가 가격 경쟁력이 정말 좋아요. 빈티지 가구가 국내에서 비싸게 판매되는 이유는 판매자가 현지의 소매상에게 가구를 구매해서 들여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희는 소매상이 아닌 가구 경매장에서 가구를 구매해요. 뉴욕이나 브루클린에서 소매 판매를 하시는 분들과 함께 경매에 참여해서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지고 오죠. 그래서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가격대와 비슷하거나 더 낮게 판매할 수 있어요.
지유 빈티지에서 볼 수 있는 가구들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1900년부터 1980년 사이의 빈티지 가구들이 많아요. 특히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이라고 불리는 1950년대 가구를 많이 볼 수 있죠. 제가 곡선을 정말 좋아하는데, 1950년대에 나온 가구들은 곡선을 살린 것들이 아주 많아요. 그때가 전쟁 직후여서 사람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주기 위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곡선 디자인이 많이 발달했다고 해요.
가구마다 시대별로 다른 특징을 가지는 게 신기하네요. 지유 빈티지는 어떤 기준으로 가구들을 셀렉하나요?
일단 제 눈에 예쁜 제품을 골라요. (웃음) 시대성이 반영된 디자인이면 더욱 좋죠. 더불어 사용하기에 얼마나 편한지 등 기능적인 면도 신경 써서 보고 있어요. 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한 의자라도 앉을 때 불편하면 사용하지 않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가지고 오는 편이에요.
많지는 않지만 일부 한국 빈티지 제품들도 눈에 띄는 것 같아요.
가끔이지만 경매장에 한국 제품들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어느 날은 80년대 장인이 만든 안동 하회탈을 발견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인디언 탈’이라고 소개되고 있더라고요. 너무 속상해서 충동적으로 하회탈만 백만 원어치 구매했어요. 저희가 한정된 자본으로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다른 가구에 비해 회전율이 낮은 한국 빈티지나 앤티크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그 후에도 틈틈이 한국 빈티지와 앤티크를 모으고 있어요. 나중에 이 컬렉션이 좀 커지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빈티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빈티지가구란 무엇인가요?
‘시대상을 잘 나타내고, 보존 가치가 있는 가구’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빈티지를 한정적으로 보시는 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디자이너 브랜드여야 하고 마크도 찍혀 있어야 오리지널 빈티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그런 것들을 떠나서 시대가 느껴지는 제품들을 모두 빈티지라고 생각해요.
십 년 넘게 빈티지 가구를 셀렉하시고 판매하시면서 어려운 점이나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저를 컬렉터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스스로를 딜러라고 생각해요. 지유 빈티지를 통해 돈을 벌고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 생업이거든요. 그래서 잘 팔릴 것 같은 금액대의 가구들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해요. 가끔 퀄리티가 좋은 고가의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고 싶은 갈증이 생기는데, 빈티지 가구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좀 더 커요. 그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가격대를 지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플리마켓에서 빈티지 아이템을 처음 선보이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유 빈티지를 운영해 올 수 있었던 에너지는 무엇인가요?
태생적으로 옛날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가끔 너무 힘들고 지쳐서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제품을 만나고 셀렉해 와서 풀어 놓으면 에너지가 또 솟아나더라고요. (웃음)
앞으로 지유 빈티지는 어떤 브랜드가 되길 바라세요?
판매를 넘어서, 제가 셀렉해온 빈티지 가구들의 실물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설명까지 함께 들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최초가 될 것 같네요. 얼마 전에 미대생들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문화기획 같은 프로젝트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지유 빈티지 박혜주 공동 대표
❝
사람의 인연도 있지만, 물건의 인연도 있다고 생각해요.
빈티지는 어쩌면 사람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흘러와 인연이
되는 주인을 만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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