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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조금 특별한 출판사
페이보릿
20.11.06
디자인 저술가인 아내 전가경 대표와 북 디자이너인 남편 정재완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대구의 작은 출판사 ‘사월의눈’. 이곳의 사진책은 단순히 사진가의 작품을 나열한 일반적인 사진집과 달리, 매번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전하는 중이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두 사람이 모두 담당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하며 색다른 사진책을 만드는 전가경, 정재완 부부. 작가 발굴 프로젝트 <사이에서>를 시작으로 일상의 디자인을 담은 <아파트 글자> 등 그동안 발행했던 15권의 책을 통해 풀어낸 사진 이야기를 들었다.
[사월의눈]
Host 전가경(Wife) / 정재완(Husband)
Open 2012년 7월
사진책 전문 출판사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가경 대표 : 평소 사진 제도권에서 이야기하는 ‘단편의 사진이 아닌 사진과 인쇄물의 접점’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원에서 60년대 독일에서 발행했던 청소년 잡지 <트웬(twen)>의 사진 디렉팅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면서 사진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고요.
전가경 대표가 석사 논문에서 연구했던 잡지 <트웬>
또 논문을 쓸 당시 국내 사진책은 ‘커피 테이블 북’이라고 불리는, 꼼꼼히 읽지 않고 그냥 넘겨보도록 만든 하드커버의 비싸고 무거운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사진에 대한 흥미가 누구나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사진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출판사를 열게 되었어요.
‘사월의눈’이라는 이름이 독특해요.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전가경 대표 : 출판사를 열겠다고 마음먹었던 때가 2012년이었는데요. 그해 4월 1일에 우연히 베란다에 나갔다가 눈이 오는 풍경을 보면서 ‘사월의눈’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이름이 청사진을 그릴 수 없는 사진책 출판 환경의 현실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죠.
책을 제작할 때 선호하는 사진 장르가 있나요?
전가경 대표 : 책을 만들 때 특정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최대한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하죠. 다만 사진을 볼 때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작가 혹은 주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전가경 대표 : 저희는 기존 사진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와 협업해 사진집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동시에 새로운 구조나 형식을 실현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진집은 유명한 작가의 사진을 모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방식이 따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발행한 책들은 사진과 건축, 사진과 영화, 사진과 디자인, 사진과 문학 등 ‘사진+α’의 개념으로 접근해 사진이라는 접점 안에서 새로운 주제를 더해 갔어요. 앞으로도 기존의 사진집들과는 결이 다른 책들을 발행할 예정이에요.
사월의눈에서 발행한 첫 번째 책 <사이에서>를 작가 발굴 프로젝트라고 소개하시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전가경 대표 : <사이에서>를 작가 발굴 프로젝트라고 소개한 이유는 사진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진가들은 전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데, 전시는 일회성 행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책으로도 새로운 사진가를 발굴하고 데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정재완 대표 : 그래서 작가를 선정할 때 유명한 작가보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작가 또는 여성 작가들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무명의 작가라도 저희가 만든 플랫폼, 즉 양질의 책을 통해 언제든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여섯 번째 책 <아파트 글자>는 대구와 주변 지역의 아파트 외벽에 적힌 글자 이미지만 모아서 만들었다고요?
정재완 대표 : 개인적으로 거리의 글자에 관심이 많아서 거리 글자들의 이미지 자료를 계속 수집해왔어요. 책 표지에 ‘경북 아파트’ 이미지가 나오는데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 이미지예요. 2009년 초 직장 때문에 대구로 이주했는데, 서울과 다른 유형의 거리 글자가 눈에 띄더라고요.
사월의눈의 여섯 번째 사진책 <아파트 글자>
그래서 사진을 찍고 가경 씨에게 보여줬더니 범상치 않으니 조금 더 모아 보자고 해서 전국 어디를 가던 아파트 글자를 촬영하면서 모으기 시작했죠. <아파트 글자>에는 가경 씨의 글과 함께 서체 디자이너 윤민구 씨가 실제 아파트 외벽 도장공을 만나서 인터뷰한 글도 담았어요.
서울이 아닌, 대구의 아파트 글자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정재완 대표 : 서울에서는 재개발한 지역이 많아 오래된 아파트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지방에서는 과거 성장하던 시기에 지은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아요. 특히 대구에는 비교적 저층이면서 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죠. 그래서 <아파트 글자>에는 대구를 중심으로 지방에 있는 아파트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요.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는 계시는데요. 지역적인 요인으로 인한 장단점을 꼽으라면요?
전가경 대표 : 한옥으로 된 작업실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서울보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이죠. (웃음) 또 이곳 저곳에서 부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대구는 서울보다 작은 지역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이 거의 없고요. 무엇보다 재완 씨가 대구에 와서 거리 글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처럼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된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대구에 위치한 사월의눈 작업실. 한옥으로 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재완 대표 : 가경 씨 말처럼 대구에 살면서 개인적인 약속이 많이 줄었어요. 서울에서는 주변 활동이 많았는데, 대구로 오면서 저희의 시간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게 됐죠.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존재해요. 사월의눈은 보다 높은 퀄리티를 위해 충무로에서 인쇄를 진행하는데요. 매번 책을 인쇄할 떄마다 서울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작은 출판사의 특성 상 기획과 제작을 두 분이 나눠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적은 없나요?
정재완 대표 :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에요. 부부잖아요.(웃음) 서로의 역할이 달라서 의견 차이가 발생할 때도 종종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됐던 적은 없어요.
사월의눈 정재완 대표(왼쪽), 전가경 대표(오른쪽)
전가경 대표 : 재완 씨는 제가 제안하는 것들을 잘 수용해주고 디자인으로 잘 풀어줘요. 덕분에 호흡이 잘 맞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한 명의 디자이너가 계속 작업을 하면 확고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변화가 필요할 때는 한계도 있을 거 같아요.
전가경 대표 : 평소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서체를 유심히 보는편이에요. 특히 책은 표지의 서체가 책 전반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하죠. 독특한 서체를 대범하게 잘 쓴 책들은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봐서 재완 씨에게도 기존과 다른 독특한 서체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해요. 그러면 재완 씨는 마치 백화점에서 파는 트렌디한 옷이지만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이 어색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은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해요. 사월의눈이 계속해서 책을 만들려면 새로운 언어들을 계속 흡수하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정재완 대표 : <존 골 콜라주>나 <자영업자> 같은 책들은 가경 씨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의 스타일을 최대한 벗어나서 작업을 한 책인데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책들을 보고 ‘사월의눈은 매번 새로운 서체를 시도하는 게 인상적이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젊은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감히 따라갈 자신은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려고 해요.
사월의눈이 가진 향후 목표가 궁금해요.
정재완 대표 :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이라는 대답을 했거든요. 그 대답처럼 사월의눈이 가진 톤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호흡에 맞춰 책을 발행하는 것이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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