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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농부가 직접 양조하는 내추럴 와인과 시드르
페이보릿
20.11.20
톡 쏘는 청량함에 많은 사람들이 애정하는 무알콜 음료, 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사이다라고 부른다는 사실! 불어로 ‘시드르(Cider)’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프랑스에서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주류 중 하나이다.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알자스는 오래 전부터 화이트 와인의 고장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최근 이곳 출신 농부인 도미니크 에어케 대표와 그의 아내 신이현 대표가 한국에서 시드르와 내추럴 와인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와인의 대중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고 얘기하는 두 부부를 만나 시드르와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들었다.
[레돔(lesdom)]
Host 도미니크 에어케(Husband, 프랑스) / 신이현(Wife)
Open 2017년 1월
검색해보니 레돔이란 단어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뜻인가요?
신이현(이하 이현) : 레돔은 도미니크 씨의 애칭인데요. 저희가 한국에 와서 만든 농업법인회사 ‘작은 알자스’에서 생산하는 시드르(cider)와 내추럴 와인의 브랜드 이름이기도 해요. 작은 알자스에서 만든 와인은 다 레돔이라고 하죠. 회사 이름을 작은 알자스라고 지은 이유도 도미니크 씨의 고향이기 때문이고요.
도미니크 에어케(이하 도미니크) : 알자스는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주 이름인데,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현재 작은 알자스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레돔 시드르, 레돔 로제, 레돔 화이트, 레돔 레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작은 알자스에서 생산하는 레돔 와인들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현 : 보통 와인을 만들 때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첨가물이 정말 많이 들어가요. 특히 와인에 대한 규제가 너그러운 프랑스는 라벨에 성분표시를 하지 않아도 돼서 첨가물을 많이 넣죠. 하지만 내추럴 와인은 인위적인 작업을 절대로 하지 않아요. 오직 과일만 사용해서 맛을 내고 자연스럽게 발효시키죠. 말 그대로 내추럴이에요.
그럼 내추럴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이현 :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유기농 원물을 사용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농사 단계에서부터 유기농 방식으로 과일을 재배해요.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과일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도미니크 : 프랑스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대중적이진 않지만 즐기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젊은 세대들이나 작은 와이너리들이 내추럴 와인을 많이 만들기 시작했죠.
시드르 역시 한국에서는 생소한 것 같아요. 시드르를 만들게 되신 계기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이현 : 사과를 가지고 프랑스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시드르라고 하는데요. 품질이 뛰어난 사과가 많이 나는 한국에 시드르가 없으니까 ‘우리가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전 세계에서 사과가 많이 나는 지역에는 항상 시드르가 있는데 한국에는 없었거든요. 아직 시드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사과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좋은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인지 반응이 좋아요.
두 분은 프랑스 알자스에서 거주하다 한국으로 왔다고 들었어요. 프랑스에 계실 때부터 와인을 만들었나요?
이현 : 아니요. 사실 저는 장편소설 작가였고, 도미니크 씨는 엔지니어였어요. 그러다 어려서부터 와인을 만들고 싶어했던 도미니크 씨가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농업학교에 들어가게 됐죠. 아, 프랑스에서는 좋은 와인을 농부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만들거든요. 그렇게 도미니크 씨는 포도 재배 와인 양조 학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도미니크 씨는 왜 농부가 되고 싶으셨나요?
도미니크 :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든 생각이 농사였죠. 저희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포도 농사를 지었는데, 어린 시절 포도밭에서 일을 자주 도와드렸거든요. 그때 열심히 일해서 키운 포도를 수확할 때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경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사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현 : 도미니크 씨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 농사 지을 땅을 찾기 위해 프랑스를 돌아다녔어요. 주로 프랑스 남부 지역이었는데 비교적 땅값이 저렴했거든요. 특히 그 지역에서는 와인을 만드시던 분들이 은퇴하면 본인이 농사짓던 땅과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 사용하던 농기구와 양조 기계들을 새로운 사람에 넘기는 문화가 있어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여건이었죠.
작은 알자스를 운영하는 도미니크 에어케, 신이현 부부
그런데 제가 거기서 못 살겠더라고요. 젊었을 땐 해외에서 사는 게 정말 좋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낯설어 지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과 농사를 짓고 시드르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레돔을 시작하게 됐어요.
프랑스와 한국의 농업 문화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가요?
도미니크 : 프랑스는 농사를 굉장히 넓게 짓는 반면 한국은 땅이 넓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차이가 있어요. 작은 땅이라도 농사를 잘 지으면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프랑스와 다른 점이죠. 그리고 프랑스는 유기농 농법이 대중화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거예요.
와인에 사용되는 과일을 직접 농사 짓는 도미니크 에어케 대표
이현 : 저희는 유기농 농법 중에서도 ‘생명 역동 농법(유기농업이면서 자연과 우주의 리듬을 따르는 농사법)’으로 농사를 짓는데요. 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유기농 채소나 과일처럼 우리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물품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프랑스에서는 유기농 농법으로 농사 짓는 사람들이 많아서 필요한 것들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거든요.
생명 역동 농법을 사용하신다고 하셨는데, 두 분이 지향하는 농사의 지향점이 있나요?
이현 : 저희가 짓는 농사의 목적은 잡초를 뽑지 않고 약을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비옥한 땅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호밀이나 보리 등 수확이 가능하면서도 퇴비가 될 수 있는 식물들을 농지 전체에 빼곡히 심어서 과일나무와 그 아래 식물들 외에 다른 잡초들이 자라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요. 3년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죠. 이러한 과정이 잘 지나면 나무의 생존력은 강해지고 비옥한 땅이 탄생하게 돼요.
그렇게 만든 비옥한 땅에서 나는 과일로 와인을 만들고 계신데요. 레돔 와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현 :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포도를 착즙하고 설탕과 효모를 넣은 후에 알코올 도수를 맞추는 방식을 사용해요. 하지만 저희는 착즙을 한 후에 그 상태 그대로 발효시켜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설탕이나 효모를 인위적으로 넣지 않고 포도즙이 발효하는 순간 병 속에 넣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효시키는 것이죠. 이런 방식을 ‘내추럴 백드롭’ 방식이라고 하는데, 최근 프랑스에서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작은 알자스의 와인 생산 설비
1년 동안 생산하는 와인의 수량은 어떻게 되나요?
도미니크 : 시드르는 3,000병에서 3,500병 정도 생산해요. 포도 와인은 1,000병 정도로 시드르보다는 생산량이 적고요.
이현 : 포도 와인의 수량이 적은 이유는 포도 원물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충청북도에서 와인을 만들려면 지역의 원물을 51% 이상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거든요. 사과는 100% 수급이 가능한데, 포도는 수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시드르를 더 많이 생산하죠.
아직 한국에서는 와인이 대중적인 주류는 아닌데요. 레돔 와인을 홍보를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이현 :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와인을 유통을 하는 게 막막했죠. 당시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는데, 알아보니 한국에서는 농부가 만든 술은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더라고요. 일반 술은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지만 농업인이 직접 만든 술은 전통주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최근에 생겼거든요.
그래서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등록해 판로를 만들고, 다른 홍보나 영업을 할 줄 모르니까 그냥 SNS 활동을 병행했어요. 그랬더니 SNS에서 레돔을 본 사람들이 구매해 주시더라고요.
레돔, 그리고 두 분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도미니크 : 레돔을 한국 최고의 와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농사짓고 와인을 만들면서 계속 살아가는 게 목표고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에는 이미 앞으로 해야 되는 미래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보다는 지금의 일을 잘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현 : 저희처럼 정성스럽게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좋은 와인들이 생산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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