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더욱 청량한 이유는 진하게 익은 과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강렬한 햇살 아래 과즙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여름의 과일들. 빨강, 노랑, 초록빛깔의 열매들을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이마를 타고 흐르던 땀까지 마르는 것 같다. 봄을 마무리하듯 며칠 새 봄비가 내렸다. 찬 기운까지 모두 몰아가면, 이제 곧 여름이 온다.    

여름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과일은 산딸기다. 붉은 빛깔이 탐스러운 산딸기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딱 한 달 동안 냉동이 아닌 생으로 맛볼 수 있는 귀한 과일이다. 김해는 대표적인 산딸기 재배지인데, 이맘때만 되면 산속 깊숙이 자리 잡은 김해의 산딸기 농장에는 붉은색 산딸기가 알차게 영글어 간다. 김해에서 유기농 산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산딸기닷컴의 최석용 대표를 만나 우리 농산물인 산딸기에 대해 들어봤다.  

농장이 아주 깊숙한 산속에 있어요.

저희 농장은 김해시 신어산 깊숙한 곳, 산기슭에 위치해 있어요. 산딸기는 양지바른 산비탈이나 숲속 깊은 곳에서 자생하는 특징이 있는데, 청정지역인 이곳은 산딸기를 재배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죠. 주변에 가재와 도마뱀이 살 정도로 맑고 깨끗한 강물도 흐르고 있고요. 2천 평 규모의 농장에서 연간 5톤의 산딸기를 생산하고 있어요.

김해가 최대 산딸기 주산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겠네요.

김해는 좋은 토질과 풍부한 일조량이 특징이에요. 청정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품질 좋은 산딸기가 재배될 수 있는 거죠. 2000년대 전부터 김해는 소규모 산딸기 재배지였어요. 주변 농가들이 의기투합해 처음으로 산딸기 작목반을 만들고, 친환경 재배에 함께 도전하고, 관련 기술을 주변 농가에 전파하며 지금은 800여 농가들이 있는 대표적인 산딸기 주산지가 될 수 있었죠.      

그 중 산딸기닷컴은 국내 1호 친환경 산딸기 농장이라고요.

청정지역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하겠다는 고집 하나가 최초가 되었네요. 원래부터 유기농으로 산딸기 농장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친환경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신청했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인증을 받은 과정이 꽤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저희 농장은 산딸기 택배유통을 가능하게 한 최초의 농장이며, 처음으로 친환경 산딸기 교육장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다시 보니, 최초를 단 분야가 많네요. (웃음)

농약 없이 산딸기를 재배하는 일은 무척 까다로울 것 같아요. 노하우가 있을까요?

미생물로 천연 발효퇴비를 만들어 사용해요. 또한 친환경 약제를 직접 만들어 뿌리며 병해충을 예방합니다. 

현재 경상대학교에서 식품공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산딸기 재배를 위해 시작하신 일이겠어요.

친환경 재배를 시작하면서 미생물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땅을 살리고 유기물을 분해하고,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미생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퇴비, 약제를 개발하여 지금보다 더 높은 품질의 산딸기를 키워내고 싶어요.

바쁘신 와중에 영농일기도 쓰신다고.

처음 산딸기를 재배할 때 농부들이 찾아볼 수 있는 어떠한 기록이나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았어요. 스스로 기록하고 찾아내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었죠. 농사를 지으며 알게 된 정보와 지식, 느낀 점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이 기록들을 산딸기를 재배하는 모든 농부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고요. 고급 정보를 대가 없이 나누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우리땅에서 더 좋은 산딸기를 생산하고, 농산물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토록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산딸기, 그 맛이 궁금해요.

날씨가 좋으면 당도가 16~17브릭스*가 나올 정도로 아주 달콤하고, 무엇보다 청정 자연에서 자라 유기산이 풍부합니다. 붉은 빛깔과 새콤달콤한 맛의 산딸기는 여름과 어울리는 대표적인 과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브릭스(Brix) : 액체에 있는 당의 농도를 대략적으로 정하는 단위. 용액 100g 속에 몇 그램의 당이 들어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산딸기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도 운영하고 계신다고.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죠?

단기 농작물인 산딸기는 저장성이 낮아요. 갑자기 홍수 출하기라도 생기면, 가격이 급격히 다운돼서 산딸기 농업인들이 매우 힘들어합니다. 농작물 자체에 경쟁력을 갖춰야 했어요. 와이너리를 운영해 김해 산딸기 농장의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고 싶었죠. 뿐만 아니라 와인, 식초, 잼 등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어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산딸기를 통해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세요?

일부 국가에서 산딸기는 미용식품 또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과일이에요. 산딸기의 효능을 십분 활용하여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시장을 공략해 보고 싶어요. 건강한 농산물의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딸기닷컴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농업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재배부터 생산, 판매, 체험까지 다각도로 활용 가능한 농업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한국형 와이너리를 키워보고 싶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산딸기닷컴을 어떤 브랜드로 기억해 주실 바라세요?

신뢰. 이 두 글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1. 산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종인가요?

A : 산딸기를 서양의 라즈베리와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정확히는 종류는 같지만 맛과 향에서 차이가 나는 과일이랍니다.

2. 산딸기의 별칭이 복분자라고요?

A :  산딸기는 먹으면 ‘소변 줄기에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의미로 복분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완전히 같은 과일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산딸기는 ‘산딸기 나무’의 열매이며, 복분자는 장미과 낙엽관목인 '넝쿨성 산딸기' 열매예요. 보통 이 두 가지를 색깔로 구분하는데, 산딸기는 다 익어도 붉은색을 띄지만 복분자는 검붉은 색을 띄어요.  

3. 산딸기의 효능이 궁금해요.

A : 산딸기는 유기산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에요. 당과 산이 적절히 함유되어 있어 새콤달콤한 맛과 풍부한 영양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똑똑한 과일이라고 할 수 있죠. 

4. 산딸기는 어떤 사람이 먹어야 가장 좋을까요?

A : 여름철 기운이 빠지는 사람들, 양기가 부족한 사람들,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드려요. 

5. 산딸기는 1년 중 딱 한 달 동안만 먹을 수 있다고요?

A : 산딸기의 수확 시기는 5월 하순부터 6월까지인데, 이 시기를 지나면 생산딸기는 먹기 힘들어요. 대신 냉동 산딸기로 즐기실 수는 있죠.

6. 어떻게 보관해야 하죠?

A : 냉장하실 경우 3~4일 정도 보관이 가능해요. 냉동하실 경우, 상품마다 다른데 저희 산딸기는 1년이 지나도 변질 없이 보관할 수 있어요.

7. 산딸기 맛있게 먹는 법이 궁금해요.

A :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과일이 산딸기예요.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의외로 고기와도 궁합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