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한 번쯤은 ‘이베리코’라는 고급 돼지고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베리코란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 일대에서 길러지는 흑돼지 품종으로써 초원지대에서 떨어진 도토리나 나무 열매를 먹고 자란 건강한 돼지를 말한다. 이베리코 열풍을 보며 늘 ‘우리나라에는 저런 흑돼지가 없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이 있다. 바로 ‘까매요’. 이곳은 흑돼지 종돈장(씨를 받아 돼지를 기르는 농장) 1호로서, 지리산 자락의 맑은 물 그리고 고기의 풍미를 높여주는 도토리로 순수 국내 품종 흑돼지 ‘우리 흑돈’을 길러낸다. 또한, 길러낸 돼지를 직접 고기와 각종 가공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및 양돈업에 대한 각종 체험과 교육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권규상 실장과 함께 우리 흑돼지에 대한 소신을 이어오고 있는 까매요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았다.

양돈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권규상 실장 : 박영식 대표님께서는 함양군에서 태어난 뒤 1970년대 당시 국가적인 축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되었던 연암축산전문대학(현 연암대학교)에 진학하셨어요. 이곳은 지역별로 추천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기숙사 생활을 통해 축산업에 대한 집약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라서, 대표님께는 최고의 선택지였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인 축협에 입사했지만, 어릴 적부터 꿈꾸던 ‘전문직업으로서의 양돈인’이 되고자 가족경영의 형태로 20두 내외의 소농가를 처음 시작하셨고, 규모가 확장되자 4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퇴사하신 뒤 양돈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셨죠.

대표님은 양돈을 처음 시작하면서 흑돼지 4,000두 양돈을 목표로 삼으셨어요. 그 뒤에는 ‘사료 선정하기’, ‘새끼돼지들의 면역력 키우기’부터 ‘농장 예산안 효율적으로 짜기’ 등 수많은 세부 목표를 나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셨어요. 이러한 노력 끝에 10년이 채 되지 않아 목표했던 흑돼지 4,000두 양돈을 달성했죠. 이후에도 흑돈영농조합법인으로 농장을 확대해 기업식 경영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정진한 끝에 1차 산업인 양돈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었답니다.

20두에서 4,000두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니, 대단한 경력이네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 까매요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대표님은 농민들의 농축산물이 유통단계에서 다른 사업체들의 브랜드로 탈바꿈되어 소비자에게 값비싸게 전달되는 구조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으셨어요. 이런 문제의식을 계기로 2016년에 흑돼지 브랜드 까매요를 출시하게 된 거죠. 직영농장에서 사육된 흑돼지들을 직접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전문판매장을 건립하는 등 노력을 거듭해 함양군과 함께 열심히 달려왔답니다. 거래처 하나도 없이 시작했지만, 현재 300여 곳이 넘는 거래처와 누적 구매자 10,000명이 넘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되었어요.

까매요는 고기뿐만 아니라 가공식품도 판매하고, 돼지고기 및 양돈업에 대한 각종 체험과 교육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먼저 재고 물량이 되기 일수였던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는 소시지 가공시설을 완비해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발전시켰고,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떡갈비, 불고기 등을 생산하고 있어요. 또한, 6차 산업으로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수제 소시지와 돈가스를 직접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4,000여 명이 다녀가곤 했어요.

그 밖에도 한국농수산대학교의 장기 현장실습장에 지정되는 등 미래 영농인 육성과 같은 농촌사회 발전을 위한 일에도 함께하고 있어요.

우리 고유의 품종임에도 이제까지 흑돼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이유가 뭘까요?

한국의 양돈은 늘 교잡을 통한 개량과 신품종 수입을 통해 사업 규모를 성장시켜 왔어요. 실제로 국립축산원에서는 ‘우리흑돈’을 비롯한 서너 곳을 제외하면 국내 흑돼지는 대부분 외래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축산업을 노동자들의 영양공급원으로 선택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경제성이 가장 높은 양돈업을 국가적으로 장려했어요.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선호 부위가 삼겹살과 목살이다 보니 이들 부위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백색 돼지가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죠. 자연스럽게 다수의 흑돼지 농가들도 생산을 관두고 품종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돼지 양돈업을 향한 소신을 이어오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흑돼지는 출산 두수가 적은 데다가 기르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사료 급여도 더 많이 해야 하죠. 이런 흑돼지의 특성 때문에 경제 논리에 따라 쇠퇴하고 사라질 것으로 많은 이들이 전망했지만, 저희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시장을 개척했어요. 그 결과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고, 식생활이 변화하면서 가격 이외의 다른 것들이 구매 결정의 요인으로 떠오르게 되었고, 흑돼지의 수요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답니다. 늘어나는 신선 제품 배송 서비스와 고품질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해 대응하면, 백색 돼지 양돈 못지않은 소득을 자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최고농업기술명인과 흑돼지 종돈장 1호라는 명예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들은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은 탁월한 농업 기술을 통해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최고 농업인을 선정하여 농업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다른 농업인들에게 성공 의지를 확산할 목적으로 2009년부터 선발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 까매요는 지난 2015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품종인 ‘우리 흑돈’을 보급하고, 양돈 노하우를 전수한 공로를 인증받아 2017년 축산부문에 선정되었답니다. 또, 한국종축개량협회에 흑돼지 종돈장으로는 처음 등록이 되었는데요. 이는 까다롭게 순수 혈통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리산이라는 입지와 흑돈 양돈은 어떤 연관성을 갖나요? 지리산의 청정 자연과 흑돈 품질 간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요?

양돈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수질입니다. 돼지의 경우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을 물로만 하기 때문인데요. 까매요 농장이 위치하는 함양군의 수돗물은 2016년 환경부가 실시한 ‘2016년 전국 수도사업자 운영·관리실태 평가’에서 인구 수 5만 미만 42개 지자체 중 최우수평가를 받았답니다. 전국으로 확대하여도 161개 지역 중 단 7개 지역만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바 있어요. 이러한 평가는 함양군이 청정지역임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돼지구제역과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방역에 있어 안전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까매요는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있나요? 생산 및 가공과정과 함께 듣고 싶어요!

법인 직영농장에서 생산한 흑돼지는 도축장에 직접 배송된 후,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까매요 가공장에서 가공되어 소비자분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또한 원료육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수제 소시지, 돈가스도 생산하여 가공제품으로도 영역을 확장했어요. 최근에는 원료육을 바탕으로 MOU를 체결한 가공 식품사와의 협업으로 떡갈비, 불고기, 만두 등을 개발하여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해썹(HACCP) 인증은 위생 관리와 관련해 최고의 인증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해썹 인증을 받게 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020년부터 해썹 인증을 받는 것이 축산물 가공 영업자에게 의무적용되었는데요. 저희 까매요는 이보다 빠른 2019년에 인증을 받았어요. 가공장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해썹 인증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했는데,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기업이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죠. 뿐만 아니라 업무시간에 따로 청소 및 위생점검을 하는 시간을 배치했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매장에 방문하시는 분들께서 정육점이 아니라 카페 같다고 칭찬해주곤 하세요.

까매요의 돼지들은 도토리를 먹고 자란다고 들었어요. 왜 꼭 도토리인가요? 도토리를 먹인 돼지는 그렇지 않은 돼지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15세기 『향약구급방』에 도토리가 저의율)이라고 불리는 것 아시나요? 돼지 저에 밤 율을 써서 ‘돼지의 밤’이라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이것이 ‘도톨밤’을 거쳐서 오늘날 도토리라는 이름의 어원이 되었어요. 이름에서부터 오래전부터 돼지의 먹이로 도토리가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죠.

도토리를 먹여 길렀을 경우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와 쫄깃한 육질을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나아가 저희는 지역 내 전통 식품 제조사에서 나오는 도토리묵 부산물을 먹이로 활용함으로써 폐기물처리와 흑돼지 품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어요. 거기에 더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사료를 추가로 급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과학적인 육질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답니다.

흑돼지 종돈장 1호로서 현재 흑돈 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시고, 또 앞으로 흑돈 시장을 키워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내륙권의 경우 흑돼지가 등급 판정을 받을 때 백돼지의 등급판정 기준을 동일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제주도권의 경우 자체 흑돼지 종의 특징에 맞추어 만들어진 등급판정을 따르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내륙권도 제주도처럼 흑돼지만의 판정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봐요. 일반 농가들 역시 혈통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화된 품질 관리와 고객 만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통과정에서 수입산 흑돼지들의 부풀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일도 필요해요. 최근 수입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흑돼지를 통칭하는데, 사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사육 기간과 방식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요. 최고등급 중 하나인 ‘베요타’의 경우 도토리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목해서 17개월 이상을 길러내야만 등급을 획득할 수 있으며 상당히 고가입니다. 반면, 하위 등급인 ‘세보’의 경우 이베리코종과 두록의 교잡종이고, 10개월간 곡물 사료를 먹여 길러지게 됩니다. 세보는 엄밀히 말하면 순종 흑돼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세보가 많아요. 이런 건 저희 순종 흑돼지 양돈업자 입장에서는 다소 부풀려진 정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양돈업 시장 내 유통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요.

끝으로 축산업의 경우 환경문제와도 직결되는데요, 향후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 및 기관과의 연대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흑돼지 명인으로서 갖고 있는 가게 운영 철학을 설명해주세요!

저희의 운영 철학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이 정직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1차 생산농장에서 2차 판매체험장 그리고 올해에는 사업영역을 대폭 확장해 3차 외식업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6차 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어요.

앞으로 까매요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는 앞서 말씀드렸던 기반을 바탕으로 현재 농장에서 생산되는 흑돼지 생산량 100%를 까매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진하고자 합니다. 특히 법인 직영 식당 및 숙식이 가능한 교육·체험 시설을 만들고, 코로나19에 따라 증가하는 온라인 경제활동에 발맞춰 다양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등 ‘우리 흑돈’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