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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의 세 자매가 함께 가꾸는 리틀 포레스트 ‘농부창고’
작은가게 오래가게
22.02.09
엄마들이 만드는 따뜻한 먹거리와 연대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재하(류준열 배우)가 혜원(김태리 배우)에게 강아지를 건네며 한 말이다. 대사에는 동물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정해두었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땅속에서 열심히 계절을 달려 싹을 틔워낸 식물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정성을 다해 키워낸 농작물에는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경상북도 예천군에는 작물의 온기를 그대로 전하는 브랜드가 있다. 직접 재배한 참깨와 생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창고’다. 이곳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모습, 팀을 꾸리는 방법, 초심을 지켜내는 브랜드 철학까지 그 과정 사이사이에 연대라는 온기가 촘촘히 끼워져 있기 때문. 농부창고 황영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 농부창고)
예천에서 나고 자라셨다고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황영숙 대표 : 예천의 바람과 흙냄새가 그리워서 고향에 오게 되었어요. 도시 생활이 질렸거나, 하던 일이 망해서 도망치듯 고향에 온 것은 아니었죠. 어느 날 갑자기 제가 뿌리내린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듣기로는 일본과 중국에서 생활하신 적도 있다고요. 좁은 시골이 갑갑하지는 않으세요?
가정을 꾸려 다시 고향에 오니 오히려 시골 생활이 더욱 재밌어요. 이곳에서 농부창고를 운영하고, 직접 농사도 지으니 도시에서 생활했을 때보다 하루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릴 때는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고향을 떠났던 적이 있었죠. 그때는 작은 예천에서 안동까지 가는 버스만 타도 신기했어요. 예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콘크리트 건물들이 듬성듬성 이어지는 안동 풍경이 매우 낯설지만 흥미로웠거든요. 버스 타고 대구에 갔을 땐 얼마나 놀랬게요. 그때부터 예천을 떠나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에서도 살아보고, 중국에서도 살아보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돌아왔네요. 제가 뿌리내린 곳에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생겼거든요.
(출처 : 농부창고)
고향에서 호기롭게 도전한 일이 바로 사업 ‘농부창고’였군요.
고향에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을 설득했어요. 2015년에 저와 아이가 먼저 예천에 오게 되었고, 남편은 4년 후인 2019년에 내려와 함께 살게 되었죠. 처음에는 2년간 배운 커피 로스팅 기술로 카페를 운영하려고 했으나, 그 사이 예천군 내에서 카페가 포화 상태가 되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다시 고향에서 힌트를 얻었죠. 바로 농사였어요. 저희 조부모님과 부모님께서는 예천 보문면에서 평생을 농부로 일하셨거든요. 마침 지역 특산물인 참깨를 재배하고 계셨고, 커피콩 볶는 기술을 살려 참깨를 볶아 참기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게 농부창고의 시작이었어요.
(출처 : 농부창고)
농부창고에서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계시나요?
엄마의 마음으로 예천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대표 제품으로는 참기름과 생강청이 있고요. 저희가 사용하는 농산물은 모두 예천에서 직접 재배한 참깨와 생강이에요. 또, 공정 과정에서 방부제와 다른 화학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을 추구하기 위해 HACCP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지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소비자와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저와 제 가족과의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농부창고의 참기름과 들기름은 경북 예천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들어진다. 모두 그해 농사지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제조 과정에서도 전통방식으로 세척과 볶음이 이루어진다. 저온으로 압착하여 참깨, 들깨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렸으며, 오랜 시간 로스팅으로 참깨의 깊은 맛을 강조한 진한 참기름도 판매하고 있다. (출처 : 농부창고)
현재 농부창고를 세 자매가 함께 운영하고 계시다고요? 어떻게 세 자매가 고향에 다시 모이게 된 거죠?
처음엔 세 자매 중 둘째인 저 혼자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가 사업 준비와 3살 된 아이 육아를 동시에 하기 힘들어서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동업 제안이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구조 요청에 가까웠어요. 너그러운 동생은 저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줬고 둘이 함께 ‘엄마가 된 두 자매가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만 담았습니다’라는 브랜드 스토리 아래 농부창고를 운영했어요. 일이 바빠지면서 경주에서 살던 언니까지 합류하게 되었죠. 브랜드 스토리도 ‘두 자매’에서 ‘세 자매’로 바꾸게 되었고요.
대표님의 부탁으로 언니와 동생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 주시다니, 정말 우애가 깊으신 것 같아요. 그럼 세 분은 농부창고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첫째인 언니는 부자재 발주를 중심으로 재고 관리, 생강청 제조를 맡았어요. 동생은 주문과 고객문의 관리, 참기름 제조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고, 저는 SNS 소통부터 마케팅, 제품 제조까지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잡부죠. (웃음)
뿐만 아니라, 예천 지역민들과 함께 ‘진저한생강 식품연구팀’을 꾸려 제품을 만들고 계시다고요.
예천의 엄마들과 함께 꾸린 팀입니다. 처음에는 팀을 만들겠다는 계획 없이 시작한 일이었는데요. 시골이라 일손이 부족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저희 아들 친구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많았어요. 그렇게 한 분 한 분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셨고, 결국 팀까지 만들게 되었네요.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아이 엄마들이다 보니,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만 담는다는 농부창고의 철학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었죠. 어쩌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농부창고의 ‘진저한생강 식품연구팀.’ 덕분에 예천의 유일한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되기도 하였다. 함께 즐기며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자율 근무제, 출산휴가, 육아 공간 조성 등 다양한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출처 : 농부창고)
엄마들의 끈끈한 연대감이 느껴지네요. 농부창고에서 지금 가장 주력하는 제품은 무엇일까요?
참기름, 들기름과 더불어 농부창고의 생강청을 자랑하고 싶어요. 제품에 들어가는 생강 역시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에요. 부족한 생강은 지역 농부들에게서 수매하거나, 농협출하센터를 이용하기도 하지요. 그해 자란 건강한 햇생강과 100% 유기농 설탕을 더해 물 한 방울 첨가하지 않은 진한 생강청과 스틱형 생강청을 만들고 있어요.
농부창고 ‘진저한생강’ 라인의 제품들. 생강청과 스틱형 생강청이 있다. (출처 : 농부창고)
많은 농산물 중 생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예천에서는 참깨 다음으로 많이 자라는 것이 생강이에요. 예천에서 생활하던 외삼촌들도 생강 농사를 하고 계셨고요.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많이 나는 생강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위생과 맛, 그리고 영양성분이에요. 이를 위한 첫 번째 약속은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고요. 위생을 위해 공장 설립 단계부터 HACCP 인증에 맞는 시설로 설계했어요. 또, 참기름은 참깨의 영양성분을 파괴하지 않는 저온압착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생강청은 적정온도에서 물 없이 진하게 착즙하여 위생적으로 교반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정성이 드는 작업이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먹어야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살펴야 하지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농부창고의 다음 목표가 궁금해지는데요. 가까운 미래에 계획하시는 일이 있을까요?
농부창고는 예천의 유일한 가족친화인증기업인데요. 우리 진저한생강팀의 엄마들이 워라밸을 누리며, 일터에서 더욱 자유롭고 편하게 일했으면 합니다. 팀원들의 휴식 공간이나 우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시설도 정비하고 싶어요.
(출처 : 농부창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농부창고를 어떤 브랜드로 기억해주시길 바라시나요?
지금처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골에 있지만, 가끔씩 농부창고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언제든 따뜻하게 반겨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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