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상하이’ 찻집은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중국문화카페다. 다양한 차와 다기를 판매하고, 중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꾸려진 공간이다. 2006년에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중문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가게 곳곳을 장식하는 고풍스러운 물건들, 테이블마다 놓인 다구 덕에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라오상하이의 운영 철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차의 대중화”다. 다양한 사람과 차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차는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을 깨고자 한다. 가게 이름 ‘라오상하이’에도 이러한 운영 철학이 담겼다. 라오상하이는 1900년대 초반의 상하이를 지칭하는 단어로, 유럽 문물과 중국 문물이 상하이에서 융합되던 시기를 일컫는다. 상하이에서 전통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조화를 이뤘듯, 라오상하이 찻집도 차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두 번째 운영철학은 “한중문화의 교류”다. 라오상하이의 박주홍 대표는 한중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실감한 일화를 소개했다. “2005년의 어느 날,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왔다가 반한파가 되어 돌아간다는 기사를 봤어요. 한국인들이 중국 사람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다는 이유였죠” 이를 계기로 박 대표는 한중 간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과 기억을 심어주고, 한국인들에게는 중국을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라오상하이가 펼쳐나가는 차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차의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중국차, 대만차, 한국차, 유럽차 등 세계 각지의 차가 코와 입을 사로잡는다. “차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에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하고도 깊은 차의 맛과 향을 많은 사람이 접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라오상하이를 대표하는 차는 중국의 보이차다. 보이차는 오래 숙성될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는, 천의 얼굴을 가진 차다. 라오상하이에서는 고차수 다원의 유기농 보이차를 엄선해 판매한다. 고차수 다원은 차를 밀식 재배하지 않고 과수원처럼 독립수로 키우는 다원이다. 이중 수령이 100년 이상인 차나무를 고차수라고 하는데, 부드러운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풍부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대만차 중에서는 밀향 계열의 우롱차가 눈여겨볼 만하다. 생산 방식이 재밌는 차다. 다원을 유기농으로 관리해 소록엽선이라는 조그만 차벌레를 많이 번식시키면 차나무는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독특한 방어물질을 배출하는데, 이 방어물질이 사람에게는 굉장히 향기롭다. 그래서 ‘꿀 밀’자를 써서 ‘밀향’이라 부른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한국차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한국차는 녹차 위주로 발달해왔는데, 라오상하이에서는 녹차뿐만 아니라 백차, 황차, 홍차 등도 함께 판매한다. 황차는 발효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맛과 향이 다채롭다. 백차는 찻잎을 건조해서 만든 차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모두 한국에서 쉽사리 맛볼 수 없었던 차다.

손님들은 여러 차 중 맛보고 싶은 차를 고른 후, 다구를 이용해 직접 차를 우려 마신다. 자사라는 연한 암석으로 만들어진 자사호, 유약을 발라 구운 개완 등의 다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찻잎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는 방식이다. 찻잎 5g을 기준으로 10번 이상 우릴 수 있다. “손님들께 직접 다구 사용법을 보여드립니다. 전통 방식으로 차를 우려 마시면 더 재밌고, 차맛이 잘 우러나거든요”

라오상하이에서 차는 ‘상품’이 아니라 ‘문화’다. 차에 얽힌 이야기와 맥락을 공부하고, 차 문화를 나누고 보존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한다. 우리는 차를 매개로 다른 나라, 낯선 세계와 조우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이웃인 중국을 더욱 세심히 이해하고, 중국인들과 교류할 기회를 갖는다.

라오상하이에서는 차 관련 수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중국차 입문반, 보이차 심화반, 대만차반, 유럽홍차반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가게 내부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교육이 이뤄지며, 한 클래스 당 짧게는 4~6회에서 길게는 10~12회 정도 진행된다. 또한, 중국 공인 다예사 자격증과 평차사 자격증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다예사 교육은 다류 별로 차를 우리는 방법을, 평차사 교육은 차의 등급을 구별하고 맛과 향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실제 필기 시험 및 실기 시험에 맞춰 교육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라오상하이에서 중국 공인 다예사와 평차사를 300명 이상 배출했다.

박 대표는 차 관련 수업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령대의 다양화를 실감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차를 향유했다면, 최근에는 20~30대 층의 관심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더 많은 사람과 차의 매력을 나누면서 차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싶어요” 라오상하이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접하며 자신에게 맞는 차를 찾아가고, 점점 차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넓은 범위의 문화 교류에 힘쓸 예정이다. 차 관련 모임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문화를 익힐 수 있는 모임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조우하는 지점에서 ‘우리’의 세계가 넓어진다. 라오상하이를 방문해 타인의 세계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