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자연이 주는 완벽한 선물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자연의 선물을 활용해 다양한 음료와 수제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안성밀당이다.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이자 로컬 디저트 카페인 안성밀당 양광식 대표는 바리스타로 활동하던 시기에 우연하게 지역 어른들로부터 양봉을 이어받게 되면서 꿀을 만났다. 양봉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점차 꿀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꿀을 알면 알수록 꿀이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바뀌는 커피와 닮았다고 생각을 했다. 꿀은 꽃의 종류와 숙성기간, 벌들의 컨디션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 커피와 꿀을 접목시켰다. 건강에 좋은 천연꿀을 커피와 차, 디저트에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역 양봉업의 활성화와 사업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다.

안성밀당은 지역명 '안성'에 '꿀 밀', '집 당' 자를 더해 만든 이름이다. '꿀이 모여 있는 집'이라는 뜻 답게 카페에 들어서면 벌집 모양을 닮은 육각형 수납장과 노란색 인테리어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마치 거대한 벌집 안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선반에는 직접 채밀한 벌꿀집과 벌통들이 진열되어 있다. 안성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리모델링은 협소한 1층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복층 구조로 공사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안성밀당이 터를 잡은 곳은 구도심의 유서 깊은 전통시장인 '안성맞춤시장'이다. 꿀과 커피를 주제로 한 이색카페여서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데, 굳이 전통시장의 빈 점포에 뿌리를 내린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양 대표는 일종의 '보은'이라고 말한다. 양봉을 하며 지역 어른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지역사회에 다시 베풀고 싶었다고.

전통시장 인근에는 도보 5분이면 갈 수 있는 안성천이 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안성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하천을 지나면 옛 풍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6070추억의 거리가 나온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대장간, 약초제분소 등 오래된 상점과 골목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안성의 옛 모습을 짐작케 한다.

안성은 예로부터 경기 남부권의 풍부한 밀원지로 유명했다. 벌들이 불순물 없이 순도 높은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근처에 깨끗한 수원지가 필요하다. 이 모든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안성이다. 현재 국내 양봉업은 피할 수 없는 고난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국적으로 벌꿀의 생산량이 줄어 들었다. 벌의 개체 수가 감소한 탓이다. 안성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는 법. 대를 이어 양봉업을 해오던 안성 주민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시중에 납품할 만큼 꿀이 만들어지지 않아 속을 썩는 이들도 많이 생겼다. 온라인을 통해 중개상 없이 직접 판매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지인 판매 등 소규모로만 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양 대표는 이러한 지역 양봉업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들이 만든 꿀을 안성밀당에서 사입하고, 커피나 디저트로 2차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올린다면 안성 지역의 양봉업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안성밀당은 벌이 직접 날갯짓해 말린 자연 숙성 꿀을 사용한다. 아카시아 꿀, 야생화 꿀, 밤 꿀이 대표적이다. 직접 생산한 벌꿀인 만큼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저렴한 사양꿀과 차원이 다른 맛과 향을 지녔다. 하루에 한 숟갈 정도만 꾸준히 먹어도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어 소포장 단위로도 판매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포장 덕분에 최근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꿀은 종류에 따라 그 색과 농도가 달라진다. 투명한 용기 안에 담긴 꿀을 보고 있자면 자연이 선사한 빛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안성밀당을 대표하는 메뉴는 꿀이 들어간 꽃차와 커피, 베이커리이다. 직접 키우고 덖은 꽃차는 소박하지만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고, 시럽 대신 꿀로 당도를 맞춘 커피 음료는 원두의 향과 꿀의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수제 베이커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스콘, 브라우니, 마카다미아를 한 입 베어 물면 꿀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설탕이 아닌 꿀을 사용한 만큼 지나친 단맛보다는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은근함이 꿀 베이커리의 특징이다.

2021년 10월 고객을 대상으로 디저트 시식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식 이벤트를 통해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디저트의 레시피를 계속해서 보완해나가고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이 바로 안성밀당의 강점이다. 양 대표는 디저트 시식 이벤트를 계기로 지역의 양봉업자들과 함께 베이커리 사업을 더욱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양봉은 여타 목축업들과 달리,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고받는 산업이다. 벌들은 꽃을 피워내는 자연의 일꾼이다. 양봉업자들은 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집을 대신 제공하고, 천적들로부터 보호해 준다. 이렇게 생산된 꿀은 그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준 선물이다. 지역사회의 보존을 위해,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공존을 위해 만들어진 안성밀당은 어쩌면 ‘꿀’ 그 자체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양봉업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도록, 안성밀당은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가게 정보

문의 | 0507-1379-9690

운영시간 | 10:00~20:00, 매주 일요일 휴무

글 | 최해담 작가

사진 | 장명확 작가